알바하다, 출근길에 다쳤다면 산재 — 법원이 인정한 출근길·신호위반 사고와 인정 안 한 회식 뒤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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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비소에 들어간 지 나흘째 되는 날, A씨는 새벽 6시 49분 자기 트럭을 몰고 출근하다 도로를 벗어나 전신주를 들이받았습니다. 집에서 정비소까지는 50km, 55분 거리였습니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A씨가 입사 첫날 3시간, 그다음 이틀은 1시간씩 지각했고, 트럭 짐칸에 고철이 잔뜩 실려 있었으니 출근이 아니라 부업으로 고철을 모으러 가던 길이었을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서울행정법원 판결(한국경제 2025년 9월 보도)의 사건을 재구성한 예시입니다. 등장인물은 실존 인물이 아닙니다.

알바나 수습 직원이 일하다 다치면 “정규직도 아닌데 산재가 되나”부터 걱정합니다. 산재보험은 고용 형태가 아니라 근로자인지를 봅니다. 하루짜리 알바도, 주 몇 시간 일하는 단시간 근로자도, 수습도 근로자면 대상입니다. 그리고 2018년부터는 일하는 중뿐 아니라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다 난 사고도 산재가 됩니다. 문제는 공단이 처음에 거절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고, 그중 일부는 법원에서 뒤집힙니다.

출퇴근 사고가 산재가 된 건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예전 산재보험법은 회사가 제공한 통근버스처럼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있는 교통수단으로 출퇴근하다 난 사고만 인정했고, 자기 차나 자전거, 걸어서 출퇴근하다 다친 건 대부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헌법재판소가 2016년 9월 이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회사 사정이나 개인 사정으로 출퇴근 수단을 제공받지 못했다고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는 건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고 봤고, 법이 바뀌어 2018년부터 통상의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던 중의 사고가 산재 대상이 됐습니다. 버스를 타든 걷든 자기 차를 몰든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출퇴근 도중 개인 볼일로 경로를 크게 벗어났다면 그 구간의 사고는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시 사건의 실제 결과 — 법원은 출근길이 맞다고 봤다

A씨 어머니가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공단은 2023년 6월 불승인했습니다. 사고 장소가 출근 경로 위인 건 맞지만, 시간대와 지각 이력, 부업, 짐칸의 고철을 보면 사적인 이동이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이 결정을 취소했습니다.

법원이 본 건 숫자였습니다. 집에서 정비소까지 50km, 55분이니 사고가 없었다면 A씨는 오전 7시 40분쯤 도착했을 것이고, 출근 시각은 8시였습니다. 출근이라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는 것입니다. 사고 지점은 평소 출근 경로 위였고 일찍 나섰다는 사실만으로 경로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었습니다. 지각에 대해서는 실제 근무한 날이 사흘뿐이라 습관이라고 할 수 없고, 수습 중이라 오히려 제시간에 도착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부업은 과거에 고철을 모은 적이 있다는 것만으로 그날 그 목적이었다는 증거가 되지 않고, 회사 쪽의 추측성 진술로는 출근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에서 배울 건, 공단의 불승인이 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공단은 사적인 이동일 “가능성”을 들어 거절했지만, 법원은 그 가능성을 뒷받침할 증거가 있는지를 따졌습니다. 출퇴근 사고라면 거리와 시간, 경로, 출근 시각 같은 객관적인 숫자가 가장 강한 근거가 됩니다.

신호위반을 했어도 산재가 된 배달 사고

배달 알바나 배달 기사라면 이 사건이 더 가깝습니다. 배달 대행 플랫폼에서 일하던 B씨는 2023년 9월 오토바이로 배달하던 중 신호를 어기고 교차로에 들어갔다가 차와 부딪혀 숨졌습니다. 그날 B씨는 배달을 32번 했습니다. 공단은 신호위반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중과실이고 사고가 오로지 신호위반 때문에 났다며, 근로자의 범죄행위로 생긴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는 산재보험법 37조 2항을 들어 거절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이것도 뒤집었습니다. 신호위반이 사고 원인인 건 맞지만, 신호위반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고 사고 경위와 당시 상황을 종합해 봐야 한다는 대법원 법리를 따랐습니다. 배달은 빨리 움직여야 하는 일이고, 32번의 배달로 피로가 쌓여 순간 판단을 잘못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진행 방향 차로에 서 있던 차들이 시야를 가렸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 사고는 업무 운전에 통상 따르는 위험 안에 있다고 봤습니다. 2023년 7월부터는 플랫폼 배달 종사자도 산재보험 적용 대상에 들어갔습니다.

다만 이 판결을 “신호위반해도 다 된다”로 읽으면 안 됩니다. 법원은 업무의 성격, 그날의 업무량, 현장 상황을 하나하나 따져서 결론을 냈습니다. 음주 운전처럼 업무와 상관없이 위험을 키운 경우는 다르게 판단될 수 있습니다.

끝내 인정되지 않은 경우 — 동료끼리 모임 뒤 귀갓길

반대 결과도 있습니다. 택배기사 C씨는 2023년 12월 다른 택배기사들과 저녁을 먹고 집에 가다 육교에서 굴러떨어져, 치료를 받다 2024년 2월 숨졌습니다. 유족은 퇴근길 사고라고 주장했지만 공단은 부지급했고, 서울행정법원도 2026년 3월 유족 패소 판결을 했습니다.

갈린 지점은 “사업주의 지배·관리”였습니다. 그 저녁 모임은 회사가 연 회식이 아니라 기사들끼리 친목으로 모인 자리로 봤고, 그래서 모임이 끝난 뒤 귀가는 업무의 연장인 퇴근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모임에서 업무 이야기를 나눴다는 유족 주장도, 참석자가 모두 택배기사라 공통 관심사를 이야기한 정도로 봤습니다. 회사가 주최하고 참석을 사실상 요구한 회식이었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 사건은 출퇴근 재해가 넓어졌어도 “일과 연결된 이동”이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일을 마치고 개인 약속에 갔다가 집에 가는 길, 퇴근길에 친구를 만나러 크게 돌아간 길은 통상의 경로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퇴근길에 생필품을 사려고 마트에 잠깐 들르는 정도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로 보는 경우가 많아, 사고가 어느 구간에서 났는지가 중요해집니다. 그래서 사고 지점이 평소 경로 위였는지를 지도로 보여줄 수 있게 준비해 두는 게 좋습니다.

사건 공단 법원 갈린 지점
수습 정비사 출근길 단독 사고 (2025 보도) 불승인 (지각·부업 의심) 인정 — 불승인 취소 거리·시간·경로가 출근과 맞음, 의심은 증거 부족
배달 중 신호위반 사고 (2025 보도) 불승인 (범죄행위) 인정 — 불승인 취소 업무량·업무 특성·현장 상황 종합
동료 모임 후 귀갓길 사고 (2026 보도) 부지급 불인정 — 유족 패소 사업주 지배·관리 밖 친목 모임

알바가 산재를 신청하는 순서

산재 신청은 원칙적으로 근로자 본인이 근로복지공단에 직접 합니다. 사장이 대신 해 주는 게 아니라, 사장은 협조할 의무가 있는 쪽입니다. 그래서 “사장이 산재 처리 안 해준대”는 신청을 못 하는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사업장이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근로자가 보상을 받는 데는 지장이 없고, 보험료 문제는 공단과 사업주 사이의 일입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다친 날 병원에 가서 “일하다(또는 출근길에) 다쳤다”고 말하고 진료 기록에 남깁니다. 산재 지정 병원이면 병원에서 신청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그다음 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서를 냅니다. 출퇴근 사고라면 집과 일터 주소, 평소 경로, 출퇴근 시각, 사고 지점과 시각을 적고, 교통사고라면 사고 사실 확인서나 블랙박스 영상을 붙입니다. 일하는 중 사고라면 근무표, 사고 장면을 본 동료 진술, 사장과 주고받은 메시지가 근거가 됩니다.

공단이 불승인하면 끝이 아닙니다. 위 두 사건처럼 심사청구와 재심사청구,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불승인 사유를 꼼꼼히 읽고, 공단이 “가능성”이나 “의심”으로 판단한 부분에 객관적인 자료로 답하는 게 핵심입니다.

단계 할 일 챙길 자료
당일 병원 진료, 업무·출퇴근 중 사고라고 진술 진료 기록
신청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 (본인이 직접 가능) 근로계약서·근무표·급여 이체 내역
출퇴근 사고 평소 경로·시각과 사고 지점을 맞춰 설명 지도 경로, 출근 시각, 블랙박스·사고 확인서
일하는 중 사고 업무와 사고의 관계 설명 동료 진술, 사장과의 메시지, 현장 사진
불승인 시 심사청구 → 재심사청구 → 행정소송 불승인 사유에 대한 반박 자료

알바라서 더 챙길 것

알바는 근로계약서가 없거나 출퇴근 기록이 남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근로자였다는 것부터 보여줘야 할 때가 있습니다. 급여 이체 내역, 근무표 사진, 사장과의 카톡이 그 역할을 합니다. 계약서를 안 썼어도 임금을 받고 일했다면 근로자이고, 계약서 문제는 수습·계약 조건 글에서, 임금이 안 들어올 때의 진정 절차는 알바 임금 체불 글에서 다뤘습니다.

산재 치료 기간도 근속 기간에 들어가는지, 계약이 쪼개져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같은 문제는 퇴직금 계산과 이어집니다. 그 기준은 계약 쪼개기 퇴직금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정리하면, 알바도 일하다 또는 출퇴근길에 다치면 산재 대상이고, 신청은 본인이 직접 할 수 있으며, 공단이 거절해도 객관적 자료가 있으면 뒤집힌 사례가 있습니다. 반대로 일과 상관없는 모임 뒤의 이동은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이 글은 공개된 판결 보도를 정리한 일반 정보이며 노무·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고 경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근로복지공단 상담 1588-0075.

출처: 한국경제 2025.9.22 출근길 사고 산재 판결 보도 / 뉴스토마토 2025.3.25 「’신호위반’ 배달기사 사망…법원 “업무상 재해 인정”」 / 헤럴드경제 2026.3.22 「”자발적 회식, 업무 연장 아냐”」 / 데일리벳 김건수 노무사 「출퇴근 중의 사고도 산재처리 가능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