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 안 쓰고 일 시작했다면 — 벌금은 사장이 내고 합의금은 없지만, 임금은 계약서 없이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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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는 나중에 쓰자”는 말을 듣고 일을 시작한 알바가 많습니다. 그러다 월급이 적게 들어오거나 주휴수당이 빠지면 그제야 계약서가 없다는 걸 떠올립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근로계약서 미작성 신고하면 합의금 500만 원”이라는 글을 봅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근로계약서를 안 쓰면 사장은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과태료를 냅니다. 그런데 그 돈은 국가에 내는 것이지 근로자에게 오는 게 아닙니다. 대신 계약서가 없어도 근로관계는 성립하고, 임금과 주휴수당은 계약서 없이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둘을 섞어서 “신고하면 돈 받는다”로 알면 실망하고, “계약서 없으니 못 받는다”로 알면 손해 봅니다.

이 글은 금융사 10대 노동 안내, 노무사 여러 명이 답한 문답, 신고 절차를 정리한 글을 읽고 계약서가 없을 때 실제로 생기는 일을 순서대로 정리한 것입니다. 벌칙 금액과 조문은 출처 두 곳 이상에서 일치한 것만 적었습니다.

첫날 전에 써야 하고, 사본을 줘야 합니다

근로기준법 17조는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맺을 때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휴가 같은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하고 그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라고 정합니다. 쓰는 것과 주는 것, 둘 다 의무입니다. 써놓고 사장만 갖고 있으면 교부 위반입니다.

대상에 예외가 없습니다. 하루짜리 일용직도, 주 2회 알바도, 수습도, 5인 미만 가게도 전부입니다. 안내 글마다 강조하는 대목인데, “작은 가게라 안 써도 된다”는 말은 틀렸습니다. 종이가 아니어도 됩니다. 전자 계약서로 쓰고 이메일이나 문자로 보내도 교부입니다.

들어가야 하는 것은 정해져 있습니다. 임금(시급·월급과 계산법·지급일·지급 방법), 소정근로시간, 근무일과 휴일, 연차유급휴가, 그리고 하는 일과 일하는 장소입니다. 기간제나 단시간 근로자는 계약 기간과 근로일별 시간이 추가로 적혀야 합니다. 이 항목 중 하나라도 빠지면 그 항목에 대한 미명시입니다.

상담에 올라오는 유형은 세 가지로 모입니다. “나중에 쓰자”고 하고 두 달째 안 쓴 경우, 썼는데 사장이 “회사 보관용”이라며 사본을 안 준 경우, 그리고 카톡으로 “시급 1만 원, 주 3일”이라고만 주고받고 끝낸 경우입니다. 앞의 둘은 명백한 위반이고, 마지막은 카톡이 계약 내용의 증거는 되지만 법이 요구하는 항목(휴일·연차 등)이 빠져 있어 역시 미명시입니다.

만 15세 이상 18세 미만 청소년은 조건이 더 붙습니다. 주 35시간까지, 밤 10시부터 아침 6시 사이와 휴일 근로는 원칙적으로 안 되고, 부모(친권자) 동의서와 가족관계증명서를 사업장에 둬야 합니다. 계약서는 청소년 본인과 씁니다. 부모가 대신 계약하는 건 안 됩니다.

계약서에 있어야 하는 것 없으면 생기는 일
임금 (시급·계산법·지급일·방법) 시급 다툼, 주휴수당 계산 분쟁
소정근로시간·근무일·휴일 연장·휴일수당 산정 불가
연차유급휴가 연차 발생 여부 다툼
업무 내용·장소 수습 90% 적용 여부 판단 불가
계약 기간 (기간제) 수습 감액 요건·실업급여 판단
사본 교부 위 전부에서 근로자가 입증 부담

벌금과 과태료 — 사장이 내고, 근로자에게 오지 않습니다

안 쓰거나 안 주면 처벌은 고용 형태에 따라 갈립니다. 정규직(기간 정함 없는 근로자)이면 근로기준법 17조 위반으로 500만 원 이하 벌금, 형사 처벌입니다. 기간제나 단시간 근로자(알바 대부분)면 기간제법 17조로 500만 원 이하 과태료, 행정 처분입니다. 노무사 문답에서는 알바 사건 대부분이 과태료로 처리되지만 사건과 담당자에 따라 벌금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고 정리합니다.

실제 금액은 상한보다 훨씬 낮습니다. 절차 안내 글에 따르면 초범은 대개 30만~100만 원 수준이거나 기소유예로 끝납니다. 고의성과 전력, 항목 수에 따라 올라갑니다. “미작성 신고하면 500만 원”은 상한액이고, 그것도 국가에 내는 돈입니다.

여기서 합의금 얘기가 나옵니다. 신고가 들어가면 사장이 근로자에게 “취하해주면 얼마 주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고, 그래서 합의금이 법으로 정해진 것처럼 퍼졌습니다. 그런 금액은 없습니다. 미작성 자체로 근로자가 받을 돈은 법에 없고, 사장이 주는 합의금은 사적 거래입니다. 게다가 근로기준법 17조 위반은 근로자가 취하한다고 사건이 끝나는 구조가 아니라서, 합의해도 처벌이 면제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안내 글이 “합의가 면죄부가 아니다”라고 적은 이유입니다.

근로자가 받을 돈은 따로 있습니다. 계약서 없이 일한 기간의 임금, 주휴수당, 연장수당, 퇴직금입니다. 이건 미작성 신고와 별개로 임금 체불 진정으로 청구하고, 계약서가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사장 쪽에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근로조건을 입증할 책임이 사장에게 있는데 서면이 없기 때문입니다.

계약서가 없어도 임금은 받습니다 — 증거가 대신합니다

근로계약은 구두로도 성립합니다. 일을 시켰고 일을 했으면 근로관계이고, 계약서는 그 조건을 적어둔 종이일 뿐입니다. 그래서 “계약서 안 썼으니 주휴수당은 없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시급을 얼마로 약속했는지 다툼이 생기면 최저임금이 하한이 됩니다.

증거가 계약서 역할을 합니다. 절차 안내 글이 꼽는 건 급여 이체 내역(시급과 지급일을 보여줌), 출퇴근 기록(앱 캡처, 근무표, 교통카드), 사장과 주고받은 카톡·문자(근무 조건이 언급된 것), 4대보험 가입 내역입니다. 급여 이체에 “9월 알바비”처럼 적요가 있으면 더 좋고, 현금으로 받았으면 받은 날짜와 금액을 그때그때 메모해둡니다.

계약서가 없어서 수습 90%가 적용됐다면 그것도 뒤집힙니다. 수습 감액은 계약서에 수습 기간이 명시돼야 하는 조건이라, 서면이 없으면 처음부터 100%입니다. 조건은 수습 급여 90% 조건에 적어뒀습니다.

주휴수당 계산도 계약서 없이 됩니다. 주 15시간 이상 일하고 그 주를 개근했으면 하루치 임금이 주휴수당으로 붙는데, 출퇴근 기록으로 주당 시간을 입증하면 됩니다. 사장이 “주휴수당은 계약서에 없었다”고 해도 법정 수당은 계약 유무와 무관합니다. 주 20시간 알바가 석 달 주휴수당을 못 받았으면 시급 10,320원 기준 50만 원 남짓이고, 이게 미작성 신고에서 실제로 손에 들어오는 돈입니다.

퇴사한 뒤에도 됩니다. 임금 채권은 3년, 미작성 신고는 5년 안이면 되니, 작년에 그만둔 알바도 이체 내역이 남아 있으면 지금 넣을 수 있습니다.

신고 순서 — 임금 진정과 미작성 신고를 같이

순서는 둘로 나뉩니다. 돈을 받는 건 임금 체불 진정, 사장을 처벌하는 건 미작성 신고입니다. 대개 한 번에 같이 넣습니다.

먼저 사장에게 말합니다. “근로계약서 사본 주세요”와 “○월 주휴수당이 빠졌습니다”를 문자로 보내 기록을 남깁니다. 여기서 정리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안 되면 고용노동부 노동포털에서 진정서를 넣거나 1350에 전화합니다. 청소년·청년근로권익센터(1644-3119)는 무료로 상담하고 진정서를 같이 써줍니다. 진정서에는 미작성과 미지급 임금을 함께 적습니다.

진정이 접수되면 근로감독관이 배정되고 사장과 근로자를 불러 조사합니다. 절차 안내 글 기준으로 25일 안팎이 걸리고, 미지급 임금은 시정지시로 지급하게 하고 미작성은 과태료나 벌금 절차로 넘깁니다. 임금 체불 쪽 흐름은 알바 월급 안 줄 때에 적어둔 것과 같습니다.

진정서를 쓸 때는 사실만 날짜 순으로 적습니다. 언제부터 어디서 어떤 일을 했는지, 시급은 얼마로 들었는지, 계약서를 달라고 언제 말했는지, 받은 돈과 못 받은 돈이 얼마인지. 감정적인 표현보다 이 숫자들이 조사를 빠르게 합니다.

신고했다고 사장이 불이익을 주면 그것도 별도 위반입니다. 신고를 이유로 해고하거나 시프트를 빼면 근로기준법상 보복 조치로 다룰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 일하는 중이라면 관계가 불편해지는 건 사실이라, 그만둘 때 한꺼번에 정리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만두는 순서는 퇴사 통보 한 달 규정에 있습니다.

단계 무엇을 어디에
1 사본 요청·미지급 임금 문자로 통보 사장 (기록 남기기)
2 증거 모으기: 이체 내역·출퇴근·카톡·근무표 본인
3 임금 체불 진정 + 미작성 신고 함께 노동포털 / 1350 / 1644-3119
4 근로감독관 조사 (약 25일) 관할 노동지청
5 임금 시정지시, 미작성 과태료·벌금 사장 부담 (근로자 몫 아님)

계약서가 있는데 내용과 다를 때

계약서를 썼는데 실제 조건이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시급 10,320원이라고 써놓고 9,500원을 주거나, 주 20시간이라고 써놓고 30시간을 시키는 경우입니다. 근로기준법 19조는 명시된 조건이 사실과 다르면 근로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합니다. 이때는 계약서가 오히려 근로자의 증거입니다.

반대로 계약서에 “주휴수당 없음”, “4대보험 미가입”처럼 법에 어긋나는 조항이 있어도 그 조항은 무효이고 법이 우선합니다. 서명했다고 포기한 게 아닙니다. 그래서 계약서를 쓸 때 이상한 조항이 있어도 일단 쓰고 사본을 받아두는 게 안 쓰는 것보다 낫습니다. 조항은 나중에 무효를 주장하면 되고, 서면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유리합니다.

표준근로계약서 양식은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무료로 있습니다. 사장이 “양식이 없어서”라고 하면 그 양식을 찾아 보내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한 장짜리이고 필수 항목이 다 들어 있어서, 사장 쪽도 그걸로 쓰는 게 나중에 과태료를 피하는 길입니다. 계약서를 쓰자는 요구는 근로자 권리이기도 하지만, 사장에게도 손해 볼 일이 아니라는 점을 그 양식과 함께 말하면 대개 정리됩니다.

정리하면 계약서는 첫날 전에, 사본은 손에, 없으면 증거를, 신고는 임금과 함께. 벌금은 사장 몫이고 합의금은 법에 없지만, 못 받은 돈은 계약서 없이도 받습니다.